일본 식당 이용 설명서: 식권 자판기, 오시보리, 오토시, 그리고 팁이 없는 이유
입구에서 '이랏샤이마세'가 들리고, 자리에 앉기 전 식권을 사야 하고, 이자카야에서는 시키지 않은 안주가 나옵니다. 처음 일본 식당에 간 외국인이 당황하는 순간들을 순서대로 풀어 드립니다.
들어가기: 인원 확인과 자리 안내
일본 식당에 들어서면 직원이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세요)'라고 외치고 '난메이사마데스카(몇 분이세요)?'라고 묻습니다. 손가락으로 인원을 보여 주면 되고, 한국과 달리 빈자리에 마음대로 앉지 않고 안내를 기다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오스와리(흡연석)·킨엔(금연석)'을 묻는 곳도 아직 있습니다. 예약 없이 가면 '만석입니다(만세키데스)'라고 거절당할 수 있으니, 인기 있는 곳은 예약 앱(타베로그·구루나비·핫페퍼)이나 전화 예약이 안전합니다. 자리에 앉으면 물이나 차, 그리고 물수건 '오시보리'가 나옵니다. 오시보리는 손을 닦는 용도이며 얼굴이나 목을 닦는 것은 예의에 어긋납니다. 라멘집·규동집·소바집 같은 1인 식당은 입구의 식권 자판기에서 메뉴를 고르고 돈을 넣어 식권을 산 뒤 자리에 앉는 구조가 많습니다. 자판기 사용법을 모르면 직원이 대부분 도와줍니다.
주문: 스미마셍, 태블릿, 그리고 오스스메
주문할 준비가 되면 손을 들고 '스미마셍'이라고 부르거나 테이블의 호출 벨을 누릅니다. 최근에는 태블릿이나 QR코드로 스마트폰에서 주문하는 곳이 급증했고, 대부분 영어·한국어·중국어 메뉴를 지원합니다. 메뉴판에 사진이나 입구의 음식 모형(식품 샘플)이 있어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문해도 됩니다. '오스스메와 난데스카(추천은 뭔가요)?'라고 물으면 대표 메뉴를 알려 줍니다. 정식(테이쇼쿠)을 시키면 메인 요리에 밥, 된장국, 절임이 한 상으로 나옵니다. 밥 추가(오카와리)가 무료인 곳도 있으니 메뉴에 '고항 오카와리 지유'라고 쓰여 있는지 확인하세요. 물은 무료이며 직원이 계속 채워 줍니다. 알레르기가 있으면 '아레루기 아리마스'라고 말하고 해당 재료를 알려 주세요. 일본 식당은 '메뉴 그대로'가 기본이라 재료 빼기나 소스 바꾸기 같은 커스텀 주문은 거절될 수 있습니다.
이자카야의 규칙: 오토시와 1인 1음료
이자카야에 앉으면 주문하지 않은 작은 안주가 먼저 나옵니다. 이것이 '오토시(お通し)' 또는 간사이에서 '쓰키다시'라고 부르는 것으로, 1인당 300~500엔의 자릿세 성격입니다. 거절하기 어렵고 계산서에 자동으로 붙으니, 서비스가 아니라 테이블 요금이라고 이해하면 당황하지 않습니다. 관광객이 많은 곳은 메뉴나 입구에 오토시 금액을 표시해 둡니다. 이자카야에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음료부터 주문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도리아에즈 나마(일단 생맥주)'는 일본 회식의 정형화된 첫 마디입니다. 대부분 '1인 1음료' 규칙이 있어 술을 못 마시면 우롱차나 소프트드링크를 시키면 됩니다. 요리는 작은 접시로 여러 가지를 시켜 나눠 먹으며, 한꺼번에 시키지 말고 몇 개씩 추가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시간제 무제한 음료 '노미호다이'와 무제한 안주 '타베호다이'는 보통 2시간 기준이며 '라스트 오더'가 30분 전에 있습니다.
식사 예절: 젓가락, 그릇, 소리
일본에서는 젓가락만 사용하고 숟가락은 카레·덮밥 등 일부 음식에만 나옵니다. 밥그릇과 국그릇은 손에 들고 먹는 것이 예의이며, 이는 그릇을 상에 둔 채 먹는 한국과 정반대입니다. 된장국은 그릇째 들고 마시고 건더기는 젓가락으로 건집니다. 젓가락을 밥에 꽂거나, 젓가락에서 젓가락으로 음식을 건네거나, 젓가락으로 그릇을 끌어당기는 것은 장례 풍습을 연상시켜 금기입니다. 식사 전에는 '이타다키마스', 식사 후에는 '고치소사마데시타'라고 말하는 것이 기본 인사이며, 식당을 나가며 직원에게 '고치소사마'라고 하면 좋아합니다. 국수는 소리 내어 먹어도 되지만 그 외의 음식은 조용히 먹습니다. 공용 접시에서 음식을 덜 때는 젓가락을 뒤집어 손잡이 쪽으로 집는 '도리바시' 예절이 있고, 요즘은 덜어 먹는 젓가락이 따로 나오는 곳이 많습니다. 음식을 남기는 것은 좋지 않게 여겨지므로 먹을 만큼만 주문하세요.
계산: 카운터, 현금, 그리고 팁 없음
일본 식당은 대부분 테이블에 놓인 계산서(덴표)를 들고 입구 카운터로 가서 계산합니다. 고급 식당이나 일부 이자카야는 테이블에서 '오카이케이 오네가이시마스(계산 부탁합니다)'라고 하면 가져다줍니다. 여럿이 먹었을 때 '베츠베츠데(따로따로)'라고 하면 나눠서 계산해 주는 곳이 많지만, 거절하는 곳도 있으니 한 사람이 내고 나중에 정산하는 것이 편합니다. 계산대 앞의 작은 쟁반에 돈이나 카드를 올려놓는 것이 관례입니다. 일본은 아직 현금만 받는 식당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오래된 개인 식당, 라멘집, 시장 노점은 현금이 안전하며, 체인점과 관광지 식당은 대부분 카드·IC카드(스이카)·QR 결제가 됩니다. 팁 문화는 없고 봉사료는 가격에 포함되어 있거나 고급 요정에서만 '사비스료' 10%가 붙습니다. 팁을 남기면 직원이 돌려주러 나오기도 하니 두지 마세요. 영업시간은 점심 11:30~14:00, 저녁 17:30~22:00처럼 나뉘어 있고 그 사이 쉬는 곳이 많습니다.
식당 종류와 예산 감 잡기
일본 식당은 종류별로 예산이 비교적 정해져 있습니다. 규동(요시노야·스키야·마쓰야)·소고기덮밥 체인은 500~800엔, 라멘 900~1,300엔, 정식집(테이쇼쿠야)과 소바·우동집은 900~1,500엔, 회전초밥 1,500~2,500엔, 이자카야는 1인 3,000~5,000엔, 야키니쿠와 스시 카운터는 5,000엔 이상입니다. 점심 시간대의 '런치 세트'는 저녁의 절반 값으로 같은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최고의 가성비입니다. 혼자라면 규동집·라멘집·소바집·백화점 식당가가 편하고, 편의점 도시락과 오니기리도 훌륭한 식사가 됩니다. 백화점 지하 식품관(데파치카)은 폐점 1시간 전부터 도시락과 반찬을 30~50% 할인하니 숙소에서 먹기 좋습니다. 일본은 길거리에서 걸어 다니며 먹는 것을 좋지 않게 보는 편이니, 포장마차나 노점에서 산 음식은 그 자리에서 먹고 쓰레기는 되가져가는 것이 매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