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베규 철판구이
와규 읽는 법: A5 등급의 진짜 의미, 고베규·마쓰자카규·오미규의 차이
'A5 와규'라는 말은 맛의 보증이 아니라 수율과 마블링 점수입니다. 와규 4품종, 등급표의 뜻, 3대 브랜드의 차이, 그리고 야키니쿠·스키야키·샤부샤부 중 무엇으로 먹어야 후회하지 않는지 알려 드립니다.
와규란: 품종이지 브랜드가 아니다
와규(和牛)는 '일본 소'라는 뜻이지만, 일본에서 사육된 모든 소가 와규는 아닙니다. 와규는 흑모화종(구로게와슈), 갈모화종(아카게와슈), 일본단각종, 무각화종의 4개 품종과 그 교배종만을 가리키며, 그중 흑모화종이 전체의 90% 이상입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홀스타인 등 다른 품종은 '국산 소(고쿠산규)'라고 부르며 와규와 구분합니다. 와규의 특징은 근육 사이에 지방이 그물처럼 촘촘히 박히는 '시모후리(마블링)'입니다. 이 지방은 녹는점이 낮아 입안에서 녹는 식감을 만들고, 올레산 함량이 높아 고소한 향을 냅니다. 메이지 시대까지 일본은 불교의 영향으로 소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고, 소는 농사일에 쓰였습니다. 1868년 이후 외국 품종과 교배해 개량하다가 1944년 '와규' 품종을 확정했고, 이후 100년 가까이 혈통을 관리해 온 결과가 지금의 마블링입니다.
A5는 무슨 뜻인가: 등급표 해독
일본의 소고기 등급은 알파벳과 숫자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알파벳 A·B·C는 '수율 등급'으로, 도체에서 먹을 수 있는 고기가 얼마나 나오는지를 뜻하며 A가 가장 많습니다. 숫자 1~5는 '육질 등급'으로 마블링(BMS), 고기 색, 조직의 탄력, 지방의 색과 질 네 항목을 평가해 가장 낮은 점수를 적용합니다. 즉 A5는 '수율이 좋고 마블링이 최상급'이라는 뜻이지 '가장 맛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마블링 점수 BMS는 1~12까지 있고, 5등급은 BMS 8~12에 해당합니다. 같은 A5라도 BMS 8과 12는 지방량이 크게 다르며, 지방이 많을수록 조금만 먹어도 물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고기 애호가들은 스테이크나 야키니쿠로 많이 먹을 때는 오히려 A4나 BMS 8~9 정도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여행자라면 'A5=최고'라는 광고보다 부위와 조리법, 그리고 자기 취향(기름진 맛 vs 고기 맛)을 기준으로 고르는 것이 현명합니다.
3대 와규: 고베·마쓰자카·오미
일본에는 지역 이름을 붙인 '브랜드 와규'가 300개 넘게 있습니다. 그중 '3대 와규'로 흔히 꼽히는 것이 고베규, 마쓰자카규, 오미규입니다(요네자와규를 넣기도 합니다). 브랜드는 품종이 아니라 산지·혈통·사육 기간·등급 기준을 정해 인증하는 것이라, 같은 흑모화종이라도 기준을 통과해야 그 이름을 쓸 수 있습니다. 고베규는 효고현의 다지마 소 중 BMS 6 이상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것만 인정되며 연간 5,000~6,000마리 정도로 희소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합니다. 마쓰자카규는 미에현에서 새끼를 낳지 않은 암소를 오래 키운 것으로 지방이 특히 부드럽고 향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오미규는 시가현에서 400년 역사를 가진 가장 오래된 브랜드로 육질이 촘촘하고 감칠맛이 깊습니다. 그 밖에 홋카이도·미야자키·가고시마도 대량 생산지로 품질이 좋고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어떻게 먹을까: 야키니쿠·스키야키·샤부샤부·스테이크
와규는 조리법에 따라 인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야키니쿠는 한입 크기로 자른 고기를 숯불이나 로스터에 직접 구워 타레(간장 양념)나 소금에 찍어 먹는 방식으로 재일 한국인 사회에서 시작되어 일본 국민 음식이 되었습니다. 부위별로 시킬 수 있어 다양하게 맛보기 좋고, 1인 5,000~1만 엔 정도입니다. 갈비(가루비)·등심(로스)·안창(하라미)·혀(탄)가 인기 부위입니다. 스키야키는 얇게 썬 소고기를 간장·설탕·미림 양념(와리시타)에 채소·두부와 함께 자작하게 끓여 날달걀에 찍어 먹는 요리로, 지방이 많은 와규의 단맛을 가장 잘 살립니다. 샤부샤부는 끓는 다시에 고기를 몇 초 흔들어 익혀 폰즈나 참깨 소스에 찍는 방식으로 가장 담백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스테이크는 철판(텟판야키)에서 요리사가 눈앞에서 구워 주며, 마블링이 많은 와규는 두툼하게 굽기보다 얇게 썰어 미디엄 레어로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처음이라면 여러 부위를 비교할 수 있는 야키니쿠나, 단맛을 즐길 수 있는 스키야키를 권합니다.
가격의 진실과 현명한 선택
고베규 스테이크 150g은 고베 시내 전문점에서 1만 5,000~3만 엔, 마쓰자카규 스키야키 코스는 1인 1만 5,000엔 이상입니다. 반면 브랜드 이름이 붙지 않은 A4 흑모와규는 야키니쿠집에서 1인 6,000~8,000엔에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백화점 지하나 슈퍼에서 100g 1,500~3,000엔에 사서 숙소에서 구워 먹는 것도 방법입니다. 점심 시간대의 와규 스테이크 런치나 와규 햄버그 정식은 2,000~4,000엔으로 부담이 적습니다. 관광지의 '와규 꼬치' '와규 초밥' 노점은 고기 등급이 낮거나 지방을 많이 섞은 성형육인 경우가 있어 가격 대비 품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고베규를 먹고 싶다면 고베비프 협회 인증 마크(브론즈 동상)가 있는 지정 판매점을 확인하세요. 마지막으로, 와규는 지방이 많아 양이 적어도 금방 배가 부르니 1인 100~150g이면 충분합니다. 많이 먹기보다 좋은 부위를 조금, 소금과 와사비로 먹어 보는 것이 와규를 제대로 즐기는 길입니다.